2026년 3월 마지막 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 악재의 이름은 터보퀀트(TurboQuant). 구글이 공개한 AI 메모리 압축 알고리즘이다. 도대체 이 기술이 무엇이길래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이 이렇게 크게 흔들리는 걸까?
1. 터보퀀트(TurboQuant)란 무엇인가?
구글 리서치(Google Research), 딥마인드(DeepMind), 뉴욕대, 그리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한인수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대형언어모델(LLM)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인 메모리 과부하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한 차세대 양자화 알고리즘 ‘터보퀀트(TurboQuant)’를 공개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AI가 어떻게 메모리를 사용하는지 알아야 한다.
ChatGPT, 제미나이 같은 AI와 대화할 때, AI는 앞서 나눈 대화 내용을 기억해야 한다. 이 임시 기억 공간을 ‘KV 캐시(Key-Value Cache)’라고 부른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이 메모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AI 서비스 비용을 끌어올리는 주범 중 하나이다.

구글 리서치가 25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터보퀀트는 LLM의 단기 기억 장치인 ‘KV 캐시’ 메모리 사용량을 정확도 손실 없이 최소 6배 절감하는 첨단 양자화 알고리즘인데, 이를 통해 엔비디아 H100 GPU 성능을 최대 8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쉽게 비유하면, 수십 자리 소수를 반올림해 저장하되, 버려진 오차까지 따로 기록해서 정확도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추가 학습(Fine-tuning) 없이 즉시 적용 가능한 ‘데이터 비의존성(Data-oblivious)’ 특성을 갖추어,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효율을 극대화할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2. 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떨어지나?
클라우드플레어의 매튜 프린스 CEO는 터보퀀트에 대해 “구글의 딥시크(DeepSeek)”라고 평가했다.
딥시크가 “AI 학습에 그렇게 많은 GPU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충격을 줬듯, 터보퀀트는 “AI 서비스에 그렇게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시장에 심어 준 것이다.
최근 분기에 메모리 칩 공급 부족을 야기한 것으로 여겨지는 AI 기반 수요는 삼성과 SK하이닉스 주가의 큰 상승세를 견인해 왔다. 두 회사는 세계 최대이자 가장 앞선 메모리 칩 제조업체이며, AI 산업의 핵심 메모리 공급업체이다.
2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71%, 6.23% 급락한 18만100원, 9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들 주가는 이달 들어 각각 16.81%, 12.06% 밀렸다.
3. “2025년에 발표된 논문인데 왜 이제야?” — 타이밍의 비밀
핵심은 타이밍이다..
세 가지 이유가 맞물렸다고 본다.
첫째, 반도체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3월 19일 마이크론의 실적발표 이후이다.
마이크론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자 반도체 공급이 늘고 향후 메모리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이미 차익 실현 심리가 고조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둘째, 지정학 리스크이다.
이란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유가상승, 터보퀀트 이슈, 금리 급등 등 악재가 누적된 결과로 시장 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
터보퀀트 공개 이후 ‘메모리가 생각보다 덜 필요할 수 있다’는 새로운 내러티브가 형성되며 단기적으로 메모리 업체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영속성에 대한 의심이 처음으로 크게 퍼진 셈이다.
3. 그렇다면 진짜 위기인가? — 증권가의 시각
시장은 공포에 충격과 같이 반응했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다른 듯 하다.
“아직 논문 단계” — 증권가에서는 터보퀀트가 아직 상용화 전인 논문 단계의 기술일 뿐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글은 4월에 열리는 ICLR 2026 컨퍼런스에서 터보퀀트를 발표할 예정이며, 실제 제품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HBM과는 무관” — 이 기술이 실제로 줄이는 것은 GPU 위의 임시 기억 공간이지, 서버에 꽂히는 HBM(High Bandwidth Memory)이나 DRAM 모듈이 아니다. 시장이 읽은 신호와 기술이 말하는 신호 사이에 간극이 있다.
“제번스의 역설” — 자원 사용 효율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전체 소비량이 늘어나는 현상이 있다. 실제로 과거 GPU 효율 개선도 전체 GPU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AI 서비스가 저렴해지면 더 많은 사람이 더 자주 사용하게 되고, 결국 메모리 총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딥시크 사태와 유사” — 키움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사태의 주가 충격은 1개월도 가지 않았고, 이후 AI 수요 전망 강화, HBM과 범용 메모리의 공급 병목현상 심화 등의 현상이 출현했다”며 “현재의 터보퀀트 사태도 딥시크 사태의 주가 경로를 재현할 가능성을 더 열고 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4. 주식 전망 — 두 가지 시나리오
비관 시나리오: 터보퀀트가 빠르게 상용화되고, AI 기업들이 메모리 주문을 실제로 줄이는 경우다. 현재 충격으로 인한 하락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버티고 있던 투자자들이 비관 시나리오에 추가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 메모리 가격 하락 압력이 가해지고, 주가 회복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낙관 시나리오: 터보퀀트는 메모리 산업에 위기 신호라기보다 AI 모델이 더 긴 문맥과 더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기술적 전환점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 확장의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재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터보퀀트는 분명 주목할 기술인 듯 하다. 하지만 지금의 주가 충격은 기술 자체의 파급력보다, 이미 고평가 우려가 쌓인 상태에서 ‘나쁜 소식’이 필요했던 시장의 심리가 반응한 측면이 크다.
기술은 논문 단계이고, HBM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며, 제번스의 역설이 작동할 여지도 있다. 딥시크 쇼크가 한 달 만에 회복됐듯, 이번 사태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전에 악재가 얼마나 더 쌓이느냐가 관건…..
현재로써는 이란 전쟁과 트럼프의 언행으로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걱정될 따름이다.
